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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독서

[책 독후감] 골든아워1 _ 이국종

 

 

 

 

| '골든아워1'

얼마 전 이국종 교수님이 외상센터장을 내려놓고 운영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국종 교수님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병원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또한 "병원에서 병상을 고의로 안 주는 거다. 협조 잘해줬다고 거짓말만 한다"며 "헬기 소음만 해도 민원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예전부터 이국종 교수님이 쓴 “골든아워”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뉴스들을 보자 이국종 교수님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져서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병원에선 대체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 '골든아워1' 독후감

(1)

"외과 의사 김학산 선생은 종종 내게 용돈을 쥐여주곤 했다. 나는 그곳 의료진이 고마웠다."

골든아워1에서는 이국종 교수님이 왜 돈 보다 생명을 더 귀하게 여기는 의사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어릴 적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외과의사 김학산 선생과 간호사분 들이 가난한 사람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치료해주는 모습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작은 선행으로 꿈을 가질 수 있었고,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기에 이국종 교수님이 의사의 꿈을 꾸게 된 계기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2)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외상 외과를 선택했다.”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의대를 겨우 졸업한 이국종 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 외상외과에 발을 들이게 되지만, 생각보다 너무나도 척박한 한국의 외상외과 시스템에 충격을 먹게 된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선 이송은 신속해야 하고, 수술방과 중환자실이 받쳐줘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살린 시스템이 없었다고 한다.
원칙대로 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지만, 병원에 엄청난 적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한국 외상 외과 시스템이 원칙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고, 그럼에도 원칙으로 나아가려는 이국종 교수님과 팀원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현실과 맞서 싸우며 그 현실을 개선해 나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잘못된 현실에 반기를 들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존경을 받아 마땅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이국종 교수님의 이러한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상외과 시스템이 나아지지 않았나 보다.
예전에는 적자때문에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요즘에는 누군가의 이기적인 욕심때문에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결국 버티지 못한 교수님이 외상외과 센터장을 포기한 게 아닐까 싶다.
역시 소수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현실을 개선해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국종 교수님의 노력들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님은 충분히 긴 시간 동안 고군분투해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외과 외상 시스템의 부적절함을 알리고 개선하고자 했으며, 수많은 환자들을 살렸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버티시고 고생하신 교수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고, 이제는 포기하고자 하는 그의 선택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리고 교수님이 포기한다고 모든 일이 끝나버리진 않을 것 같다.

교수님의 행동들은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켰고, 그것에 감명을 받아 의사의 꿈을 키운 학생들이 교수님의 뒤를 이어 현실을 개선해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기적인 이유로 이국종 교수님의 앞길을 막았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잘못된 것을 인지하며 최소한 부끄러움을 느끼길.”

(3)

“무엇보다 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에서 업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발버둥 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이다.
삶의 모토와 비슷한 문구였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사회 현실이 냉혹하다는 것을 느끼며, 내가 경험한 것들이 극히 일부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잘못된 것들은 아니라고 말하고, 이 세상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이렇게 발버둥 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아직도 이런 생각을 유지하는 사람이 바보 같다고 할지도 모른다.
또한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외상센터를 그만두시는 이국종 교수님처럼 끝내 현실에 항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의 작은 선행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을 받거나 감동을 받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앞으로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을 누려 나의 이 생각들을 더욱더 큰 범위에 적용하고 싶다.
이 생각이 나를 더 열심히 움직이게 한다.

이국종 교수님과 나는 생각을 적용하는 분야의 방향이나 크기가 다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의 뿌리와 이국종 교수님의 생각의 뿌리가 비슷한 것 같아 큰 연대감을 느꼈다.


| '골든아워1'를 읽고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내가 경험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내 인생에서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외상외과의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삶을 투영하여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이미 유명한 책이긴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